< 꿈에 죽은 남편이 경사를 알려주다 >
김현보(金賢甫)는 용모가 파리하고 약하였다. 그의 친구 어자경(魚子敬)이
조롱하기를, "김현보가 서장관(書狀官)으로 연경(燕京)에 갔을 때 중도에
죽었다는 소식이 잘못 전하여서, 온 집안이 통곡하거늘 한 종이 문에서 가
슴을 치고 발을 구르면서 통곡하여, 아깝도다, 용모여. 하였는데, 그 종이
무슨 마음으로 그 용모를 아깝다 했는지 알지 못하겠다." 하였다.
김현보가 가사옹제조(假司饔提調)가 되니 "현보가 나라 잔칫날에 사옹원
(司饔院) 차비에 참례하고 돌아와 어머니를 뵙고, 오늘 매우 기쁜 일 있었
습니다, 하니 어머니가, 무슨 일이냐. 고 물으니 대답하기를, 그 임무는
어찬(御饌)을 받들어 바치고 연회를 관장하는데, 반드시 풍채가 웅위한 사
람을 뽑아서 삼는다. 하니 어머니가 놀라면서, 가문에서 그렇게 시킨 일
이로다.
어젯밤에 네 아버지가 꿈에 보이더니, 장차 기쁜 경사가 있을 것이므로 꿈
에 보인 것이다. 하였다."
이런 말을 어자경이 말하였는데, 현보의 아버지 중추공(中樞公)이 용모가
못 생겼기 때문에 어자경이 놀리기를 이와 같이 한 것이었다. ----[용재총
화] 제 9 권.<끝>
